앜앛
1.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전화를 받고 있었다. 상대는 다자이였고, 내용은 이미 가결된 협력에 대한 인력조율이었다. 포트마피아는 카지를 내놓기로 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상환으로 치유능력을 원했다. 다자이는 탐정사의 조사원 한 명을 붙이는 조건을 내놓았고, 그 조건은 포트마피아의 차량을 이용한다는 조건으로 수락되었다. 서로에 대한 의심과 견제, 그리고 여차할 상황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조율이었다. 그 목소리는 그런 와중에 귀에 들어왔다.
요사노 선생님은 지금 사장님께 가 계세요.
전달 좀 해 주게나, 그쪽에서 새애까만 리무진 한 대 보낼 거라고. 포트마피아는 물론 체면을 중시하므로, 내정했던 차량은 분명 방탄 사양의 리무진이었지만 마피아의 이미지를 참으로 아무렇지 않게 비꼬는 말이었다. 그에 대한 대답이 양측 모두 스피커로 연결된 휴대전화에서 들려왔다. 네. 그것이 어느 입에서 나온 대답인지 아쿠타가와는 알고 있었다.
대답의 음계는 솔 이었다. 그런 결론을 내기 위해 아쿠타가와는 몇 초 간 전화 너머에서 들려왔던 소리를 곱씹었다. 그리고 전화가 꺼진 것도 모른 채 회의 내용을 놓쳤다. 야임마, 누우가 다자이 놈 목소리 감상하고 있으래? 반쯤 들어맞은 츄야의 말에 풉 웃은 것은 이번 일에 주요전력으로 나서기로 한 카지였다. 히로츠 씨 보내려고 했는데 안되겠다, 니가 가. 가서 정신차리고 와라. 츄야가 던진 것을 얼떨결에 받은 아쿠타가와는 손을 펴 내용물을 확인했다. 차키였다.
2.
요사노와 쿠니키다를 배웅하러 나왔던 나카지마 아츠시는 반쯤 내려간 리무진 창문에서 보이는 얼굴을 보고 기겁했다. 나는 분명 히로츠 씨가 올 거라 생각했는데 말야. 자네 할 일 없는가? 소생이 지원한 것이 아니외다. 검은 눈동자가 다자이를 지나 자신을 훑고 지나가는 동안에도 아츠시는 아쿠타가와를 보는 표정을 감출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다. 츄야한테 뭘 잘못했구나. 정신차려, 아쿠타가와 군. 한쪽 눈썹이 이상한 각도로 움직이는 것도 보았다.
요사노가 뒷문을 열고 씩 웃었다. 안쪽에서 힉 하는 남자 목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다. 나는 이쪽으로. 진료도구가 든 가방이 유난히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차 안으로 들어갔다. 과시? 하고 쿠니키다가 중얼거리더니 조수석으로 들어갔다. 다자이와 쿠니키다 사이에 농담과 윽박이 오가는 동안 아츠시는 요사노에게 조심히 다녀오세요, 하고 인사를 하고 쓰다듬을 받았다. 현관 앞까지 나온 강아지가 된 기분이었다. 나중엔 정말 별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지만.
뒷문이 닫힐 때, 백미러에서 검은 눈과 마주쳤다. 썬팅이 된 창문이 곧 가로막았지만 안쪽에서는 보이겠지, 아츠시는 아랑곳않고 몇 초 시선을 고정하다가 뒤로 물러났다. 아츠시 군은 아마 모르겠지만, 소리없이 멀어지는 검은 차체 뒤쪽을 바라보며 다자이가 넌지시 말했다. 자네들 기싸움 정말 재밌다네. 혹시 눈으로 대화도 하는가? 아...안해요!!! 요사노 선생님도 눈치챈 것 같던데? 으아아아아!!! 중학교때 쓴 일기장을 들킨 것 같은 표정을 두 손으로 가리고 아츠시는 쪼그려 앉았다.
3.
나야. 하는 어린 목소리를 들었을 때 아쿠타가와는 그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곧 알아챘다. 전화, 혹은 단말기 너머로 수도 없이 들은 목소리였다. 그녀의 능력이 발동하는 조건은 전화를 통한 명령이었고, 그녀가 마피아를 나오기 전까지 아쿠타가와는 그 명령을 내리는 쪽이었다. 지금은 배신자라는 말이 사고의 맨 앞에 붙는 상대이자 적대 조직의 어엿한 조사원이었으므로, 아쿠타가와는 이즈미 쿄카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아츠시가 튀김을 먹고싶어 해서, 대체 그게 무슨 말인지 아쿠타가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만들어 주려고 했는데, 그 사람이 만들었던 것 같은 맛이 안 났어.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 사람 바꿔줘. 고요 씨.
직접 걸어라. 아쿠타가와는 전화를 끊었다. 간부 중 한 사람이 신입이었던 어린 여아에게 손수 튀김을 만들어 먹였다는 사실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던 것이다.
전화는 다시 걸려왔다. 내가 외운 번호는 당신 번호 밖에 없어. 아마 외우고 싶어서 외운 건 아닐 것이다. 당시 쿄카의 휴대전화 내역이 거의 아쿠타가와의 전화번호로 도배되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외워졌다는, 그 뿐인 이야기이다. 그것을 곱씹는 동안 침묵이 이어졌지만 어쨌든 결과는 같았다. 번호를 바꿔야겠다. 아쿠타가와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전화를 끊었다.
그러려고 했다.
쿄카쨩, 전화해? 설거지하게 나와봐.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흠칫 굳는 손을 아쿠타가와는 나중에는 꽤 유감스럽게 생각했으나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곧 아츠시, 하는 쿄카의 목소리와 함께 통화 종료음이 들렸다. 아쿠타가와는 홈 화면으로 돌아온 액정과 마주해야 했다.
4.
아니 어떻게 아쿠타가와한테 전화를 해애애... 쿄카는 손에 든 고무장갑처럼 축 늘어진 아츠시의 목소리에서 실망했다는 기색은 느끼지 못했다. 아츠시가, 그 사람하고도 얘기해 보는 게 어떻냐고 했으니까. 그래서 쿄카는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이유를 말했다. 응, 그랬지... 그래서 튀김 만드는 법을 물어보려고 했던거야?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아츠시는 미간에 잡혔던 주름을 풀었다.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쿄카는 한번 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쿠타가와는 좀... 그, 사람 전화번호를 얻을 수는 없을까. 다자이 씨 한테 물어볼까? 그 말에는 고개를 저었다. 싫어? 왠지 바로 입에서 나올 것 같은데...아, 아츠시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 표정을 밝게 했다. 다자이 씨가 있었지!
아쿠타가와가 전화를 아예 받지 않는다던가 그새 빠르게 번호를 바꿔버리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무색하게, 신호음이 한번 울리기도 전에 전화가 연결되었다. 그 사람 바꿔주지 않으면 다지이 오사무의 튀김에는 독버섯이 들어갈거야. 대답은 몇 박자 사이를 두고 들려왔다. 하? 쿄카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 본인이 직접 캐 온 버섯이니 효과는 보증해. 아츠시가 떼를 써서 뺏어 온 거니까 아직 집에 있어. 당신의 다자이 씨 한테 독버섯 튀김 먹이고 싶지 않으면 당장 그 사람 바꿔. 아쿠타가와는 이 상황이 우스워지기 시작했다. 농담도 할 수 있는 줄은 몰랐다, 쿄카. 이게 농담으로 들린다면 유감이야. 당신과 같이 있었던 시간에 대고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나는, 쿄카는 조금 힘을 주어 말했다. 아츠시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설령 그게 튀김 때문이라도. 당신이 내 스승에게 기별을 넣지 않는다면 나는 당신 스승을 죽여버릴거야. 결과적으로, 아쿠타가와는 쿄카의 재능을 그녀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신뢰했다. 전화는 그렇게 건내졌다.
5.
감읍할 따름이다. 사랑스런 쿄카여. 오자키 고요가 소맷부리로 눈가를 닦았다. 눈물이 뽀얀 분홍색 비단에 젖어나왔다. 신호가 끊긴 휴대전화를 아쉬운 눈으로 바라보던 고요는 그것을 아쿠타가와에게 건냈다. 그대가 있어 내 사랑하는 이의 옥음을 들었느니라. 아쿠타가와는 그것을 받고 말 없이 기다렸다. 탐정사와 마피아 간의 연락이다. 그것을 간부에게 전달하는 것은 그 개인간의 관계를 둘째치고라도, 문책을 받아야 할 일이라고 아쿠타가와는 생각했다.
그대가 쿄카의 육성을 맡았었지. 고요는 아래를 향하고 있는 아쿠타가와의 이마를 보며 말했다. 그대 성질은 익히 알고 있으나 결과가 죄 실패하는 일은 없어. 우리의 도마뱀은 그대의 코트만큼 검은 색이야. 그대 실적이지. 그러니 쿄카가 양지로 일보한 책임은 나에게 있는 거야. 내가 그대에게 육성 외로 바라는 것이 있던 탓.
아쿠타가와는 고개를 들어 간부의 얼굴을 보았다. 예상했던 질책과 다른 말, 예전 잘못을 비롯해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 들렸기 때문이었다.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대와 쿄카는 같은 처지이니 다른 아이들보다 더 의지하는 사이가 됨을 바랐어. 이제는 그럴 수 조차 없다고 생각했지만, 아예 그런 것도 아니로군. 안심했어.
쿄카가 돌아왔을 때 내 다시 한 번 그대를 부르겠네. 고요는 응접실을 나가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즈미 쿄카가 자기 옆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데에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는 미소였다. 남겨진 아쿠타가와는 쿄카가 자신과 같은 간부 직속 부하로 들어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를 회상했다. 그녀는 아쿠타가와처럼 자신의 의지로 포트마피아에 들어온 것이 아니다. 적어도 전화 너머로 들려온 쿄카의 목소리는 명백히 빛을 향해 있었다. 희고 환하게 반짝거리는 것에 눈이 멀고 귀가 먹어 있었다.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아쿠타가와는 먹막한 귀를 털어버리듯 고개를 저으며 자리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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