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션온_커플링에_대한_생각 해시태그에 달렸던 조합 정리. 일부 오타와 단어 수정 있습니다.



카키우이
@린님 : 가해자랑 피해자를 들고 나오시다니 잔인하셔라...
우이하루는 주변을 배회하던 길잃은(물론 길을 잃었다고 주장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린아이 두 명을 보호했습니다. 둘의 손을 잡고 인근 공원에까지 데려다 주던 중 금발의 여자아이가 베터리가 꺼진 휴대전화를 딸깍거렸습니다. 휴대전화 끝에는 큼지막한 장수풍뎅이가 달려 있었습니다. 꽤 세밀한 모형입니다.
흰색이구나. 우이하루가 말을 걸자 여자아이는 야옹 하고 울었습니다. 나를 지켜 줄 거야! 사실은 방범벨이었을까, 하고 우이하루는 생각합니다. 뿔을 잡아당기면 내장 LED가 빛나면서 소리가 난다던가.
언니 머리꽃밭에 얹어보고 싶어! 우이하루의 다른 손을 잡은, 얼굴이 낮익은 여자아이가 우이하루의 머리위를 가리켰습니다. 꽃을 먹지는 않겠지? 입 밖으로 내놓지 않을 생각을 하며 우이하루는 몸을 낮춰 휴대전화에서 떼어넨 모형을 머리 위에 얹었습니다.
가볍고, 머리 위에 얹어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물론 어께도 아프지 않았구요.


멜트메터
@뮤에님 : 두 사람이 참지 못하고 탄식을 뱉은 것은 여자가 남자를 용서하는 장면에서였다. 헐. 먼저 입을 연 것은 무기노였다. 저거 머리 나사가 빠진 거 아냐? 거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였다. 카키네도 뒤이어 한숨을 쉬었다. 이해할 수 있는 종류는 아니지.
두 사람은 실험 중이었다. 연구원을 따라 두 사람은 작은 암실 안 소파 위에 올려졌다. 그러고 나서 본 영화는 로맨스물로, 가족과 친구, 재산, 미래를 모두 뺏어간 남자와 그를 사랑하는 여자가 나오는 이야기였다. 여자의 깊은 사랑에 감화된 남자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둘은 부둥켜 안고 울었다. 공포물이 따로없네. 당장 복수를 해야 할 타이밍이잖아. 무기노가 신경질을 부렸다. 남자 쪽도 마찬가지야. 왜 굳이 마지막에 와서 자기 약점을 밝히는거지? 소파에 깊숙히 기댄 카키네는 턱을 팔에 괸 채였다. 여자는 뭐, 나쁘진 않은데. 저게? 하, 저런 멍청한 게 취향인가봐? 까다로운 것 보다는 나아. 머리를 좀 굴려보지 그래. 무슨 짓을 해도 용서하는 돈 많고 얼굴 멀쩡한 애인 너같으면 가만히 놔두겠어?
무기노는 흐응, 하고 여자의 밝은 갈색 머리칼을 쳐다보았다. 뭐든 용서해주는 사람.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뭐야. 그럼 남자도 여자 붙잡으려면 뺏은 거 포기하고 잡아야 수지가 맞는 거 아냐? 이제와서 용서를 구걸하려 애쓰고 노력하는 게 마음에 안 들어. 카키네는 잠시 말이 없더니 팔에 턱을 괴어 뭉개진 발음으로 말했다. 잔잔한 테마곡과 함께 엔드 롤이 올라가자 한마디 더 던졌다. 저런 희망찬 결말은 더 마음에 안 들고. 결말이라고 하면, 무기노는 고개를 한쪽으로 까딱했다. B급 영화의 다 터지는 결말이 더 나아보이긴 하네. 두 사람은 나란히 소파에 앉아, 엔드 롤이 다 올라가 연구원이 나오지 않는 둘을 보러 올 때 까지 사랑이 가득한 메인 테마를 듣고 있었다.


빈면통행
@젠젠님 : 우리 아이가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세기말 제왕은 고개를 숙였다. 페밀리 레스토랑의 모든 접시를 갖다 놓은 듯 한 단체석 테이블 앞에서였다. 아이템 맴버를 따라 온갖 레스토랑에 끌려다녔던 하마즈라의 머리속에는 이미 테이블의 견적이 나오고 있었다. 방금 전 또 무언가에 휘말려 사라진 어느 대장 댁의 수녀님이 반을 해치웠다 쳐도 프레메아가 손 댄 접시가 한 두 개는 아닐 것이고, 하마즈라의 추운 지갑이 견딜 수 있느냐 하면...
이쪽 꼬맹이가 멋대로 시킨 것 뿐이야. 상관하지 마. 차가운 목소리였지만 하마즈라에게는 햇살처럼 따뜻하게 들렸다. 아무렴요, 어느 중생이 감히 제 1위님 말씀에 거역하오리까. 의자에 기댄 채 한 손으로 커피 머그잔을 들고 있는 마른 등 뒤로 천사 날개가 보이는 듯 했다. 매우 살상력이 강한... 날개... 하마즈라는 공포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래서 가게 안의 시선을 감내하던 액셀러레이터가 하마즈라 때문에 시선이 더 쏠리는 데에 짜증을 내며 됐고, 앉던가 나가던가. 라고 했을 때 하마즈라는 잽싸게 맞은 편에 앉았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 프레메아가 하마즈라의 무릎 위에 앉아서 손짓을 했다. 저거 멀어. 집어줘. 플레이팅 된 새우만두가 바로 앞에 놓였다. 고마워, 하마즈라! 접시는 빠르게 비워졌다. 그 모양을 물끄러미 보던 라스트오더가 움직였을 때 하마즈라는 그녀가 프레메아를 따라 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라스트오더는 시럽과 우유를 들고 와서 액셀러레이터의 머그잔 옆에 갖다놓고 무언가 기대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엑셀러레이터로 시선을 돌린 하마즈라는 그가 당황했고, 무방비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니까 라스트 오더는 프레메아가 아니라 하마즈라를 따라 한 거고, 그녀가 원했던 건...
풉, 입을 비집고 나온 웃음소리는 꽤 컸다. 라스트오더는 아마 고맙다, 정도의 대답을 원했겠지. 그리고 하마즈라는 그 앞에서 웃음을 참지 못한 대가로 학원도시 제 1위가 던진 수줍은 분노의 티스푼을 이마로 받는 데에 성공했다. 난 커피는 블랙만 마신다. 라스트오더가 분명히 알고 있을 사실과, 당신은 선의에 대한 감사 인사도 하지 않는걸까, 하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하는 푸념이 테이블을 넘어 들려왔다. 하마즈라는 이마를 감싸쥐고 돌봄의 대상이 되었던 순간의 엑셀러레이터의 표정을 다시 곱씹었다. 아픔을 감안하고 볼 가치는 있었다.


20.10.12
츠치후란
@엔구님

미나 매더스(혹은 그녀를 통한 다른 누군가)에게 무슨 말을 들었는지, 카라스마 후란은 코론존이 남긴 자국이라면 자신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영국으로 가겠다며 츠치미카도 모토하루에게 연락을 했다. 츠치미카도는 영국에서 볼 일이 끝나면 후란의 거주지를 학원도시 내로 옮긴다는 조건을 들어 동행하기로 했다.

영국 내에 로라 스튜어트가 손 뻗을 만한 자리를 뒤져보는 일, 고대 유물 한정이었기 때문에 런던의 박물관을 쭉 둘러 보는 것이 전부였다. 별도로 지정된 장소에 가 달라는 요청도 있었지만 극히 일부였고, 두 사람 다 일에 밤낮을 가리지 않는 성향이라 대충 삼일 안에 끝날 예정이었다.

그러니까, 츠치미카도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침 열시에 거리로 나선 카라스마 후란은 비장한 발걸음으로 대영박물관 입장줄로 가 대열에 합류했다. 뒤에는 하품을 하는 금발 선글라스를 낀 채였다. 보안직원이 그녀의 후드 위에 붙은 안테나와 겨울철에는 짤막하기 그지없는 회색 원피스(토끼 그레이 굿즈샵 의류굿즈), 일행인듯한 수상쩍은 선글라스를 못마땅한듯이 훑었지만 별다른 제제 없이 무사히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후란은, 모아이 석상 앞에서 두 시간을 그대로 날려버렸다.

츠치미카도는 경악했다. 처음 후란이 모아이 석상을 더 보겠다고 하자 츠치미카도는 일층을 쭉 둘러보고 오늘 일정에 없었던 그리스관에 들러 머리나 팔다리가 없는 석상들 앞에서 노닥거렸다. 대충 볼만큼 봤겠거니 하고 돌아왔을 때 후란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놔두면 하루종일 모아이만 바라보고 있을 소녀를 떼어놓는데에 시간이 꽤 걸렸다.

모아이 석상에 그들의 볼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건... 그녀의 취미였다. 로제타스톤 쪽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냥? 소녀는 뿌듯한 표정으로 기념품샵에서 파는 로제타스톤 열쇠고리를 들이댔다. 그 옆에서 비슷한 크기의 모아이상 열쇠고리가 같이 달랑거렸다. 대체 언제 산 거냥...

본론이었던 이집트관에서는 전부 돌아보는 데에 두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츠치미카도가 생각했던 일정을 맞출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여행에 대한 사심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러려면 상대방의 사심도 파악했어야 했다. 장소만 봤을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냥... 박물관을 나오며 츠치미카도는 한숨을 쉬었다. 일단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시간 일정을 다시 짜야 했다.


20.10.26
카미코토
@나비님

3번 출구 쪽 주얼리 센터가 제일 나았던 것 같지? 카미조 토우마가 소라 접시를 반대편으로 건네며 물었다. 미사카 미코토는 그 접시를 받아들고 길쭉하게 썰린 소라를 두어 점 입에 물고 흐응 하는 소리를 냈다. 카미조가 굴이 껍질 째로 올려진 접시에서 반 가량을 앞접시에 발라낼 동안 오물오물 하며 고심하던 미코토는 그 앞접시가 제게로 오자 냉수를 들이키고 최종판결을 내렸다. 응. 그정도 조건이면 나도 괜찮아. 화이트골드 옵션도 비싸게 안 붙었고. 드디어 콜 사인이 나왔다. 카미조는 주말 이틀을 내도록 돌아다닌 발품의 끝에 종지부를 찍은 것에 마음속으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결혼반지 맞추기 정말 너무 어렵다...

카미조 토우마와 미사카 미코토가 처음 주고받은 반지는 미코토가 고백과 동시에 내밀었던 티타늄 반지였다. 그런 어마어마한 물건을 받는 일은 기억나지 않는 생까지 통틀어 처음이라고ㅡ그랬을 거라고, 카미조는 생각했다. 미코토는 그 반지가 카미조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 만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듯 보였지만 카미조는 문득문득 저에게도 낯선 얼굴로 손가락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삼개월쯤 지났을까 둘 사이에서 처음으로 반지 이야기가 나왔다. 내 손가락 두께는 어떻게 알았던 거야? 쭈볏거리며 말을 꺼내는 시선이 부끄러움의 무게만큼 내리깔렸다가 다시 올라갔고 카미조는 엉망진창으로 빨갛게 된 미코토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날의 데이트 코스였던 영화의 티켓은 여자친구가 그대로 도주해버린 탓에 할 수 없이 취소해야 했다.

미코토는 그날 저녁 확인한 메세지에서 카미조가 정말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 자신의 손가락 사이즈였다는 것을 알고 잠깐 진정했다가 다시 광란의 상태로 들어갔다. 말한 적도 없는 손가락 사이즈에 딱 맞게, 직접 전기분해 착색한 티타늄 반지를, 무려 해외 현지에서 공수해 건냈다는 걸 들키기는, 정확히는 들켰다가 기겁하는 표정 같은 걸 보기는 싫었으니까. 마음의 무게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도 밀어 붙이는 것은 이런 일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단순히 궁금해서 물어봤을 수 있는 손가락 사이즈 하나에도 어쩔 줄 몰라하는 스스로를 수습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머리로는 알고있지만 정작 잘 되는 일은 아니었다. 미코토는 며칠동안 카미조의 얼굴을 보지 않기로 했다. 그녀로서는 단장의 결단이었다.

여자친구의 협조를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카미조 토우마는 백일 반지에 대한 조언을 미사카 동생에게 구하게 되었는데, 세 분 정도를 모셔놓게 되었다. 가장 유의미한 조언은 미사카 동생들 중 가장 어른스러워 보이는 외모의 동생에게서 나왔다. 그녀는 가장 늦게 도착하여 반지 계획을 들었을 때 얼굴을 대번에 확 찌푸리더니 티타늄 링을 빼려고 하다니 당신 진심ㅡ? 이라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고는 차라리 두우ㅡ개를 끼라고 하지 그래애ㅡ? 하고 비아냥과 화를 섞어서 뱉고는 사라졌다. 그 뒤를 다른 동생이 미사카는 번외개채의 혜안에 무릎을 탁 칩니다. 라고 미사카는 중의적인 의미로 둘을 번갈아 봅니다. 참고로 미사카는 정말 반지를 두 개 끼는 것도 고려해 볼 만 하다고 충고합니다. 하고는 인사를 하고 그 뒤를 쫒아갔다.

마지막까지 자리에 앉아있던, 정확히는 보호자가 데리러 올 시간까지 카미조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되어있는 어린 동생은 자신의 단말기를 꾹꾹 누르더니 이건 레이어드 링이라는거야, 하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당신에게 네트워크에서 가장 선호하는 주얼리 샵을 보여주기도 하고! 하면서 단말기 화면을 카미조에게 내밀었다. 반지 선물을 하려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는지 카미조가 고민하자 그녀는 반지 자체는 좋지만 나눠낀지 얼마 되지 않은 커플링을 빼기에는 이른 것 같다고 대답했다. 혹시 지금 끼고있는 반지는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하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우려를 해 본다. 당연히 그런 건 아니었다. 카미조는 왼손 약지를 괜히 지분거렸다. 요즘 유행하는 디자인으로 보이는 깔끔하고 각진, 은빛의 선 위로 오묘한 무늬가 여러 빛깔로 어룽지는 링이 자리해 있었다. 반지는 약속이지. 심장에 고리를 채워서 무게를 지는 거잖아. 어린 동생은 카미조의 왼손을 보며 빙그래 웃었다. 하나쯤 더 채워서 늘어나는 무게라면 기쁘게 받아줄 거라고 생각해. 하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짐작해 보기도 하고!

(단문성 글이 아니므로 중단. 리퀘는 왼료했고 차후 이어서 쓸 예정)


21.11.08
인덱스+마이카
@엔구님

성탄절, 그러니까 강림절에 리스를 장식한 것은 16세기 독일에서부터야. 비교적 최근인 걸지도. 인덱스의 음성은 노래하듯이 들렸습니다. 그리스도는 영원한 빛이기 때문에, 상록의 잎으로 장식한 원형 프레임 안에 촛불을 켜서 그리스도의 강림을 축하하고 기리는 거지. 마이카의 대답은 그와 바로 이어져 목소리가 맞물리듯 울렸습니다. 지금은 행운을 불러오는 인테리어 소품 같은 거지만 말야.

츠치미카도 댁의 원룸은 평소의 삭막한 풍경은 온데간데 없고 푸르고 붉고 흰, 강렬한 색의 꽃과 잎, 오너먼트와 리본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단정하게 메이드복을 차려 입은 마이카는 학교 과제로 대형 크리스마스 리스를 만들고 있는 참이었습니다.
그녀가 만든 점심을 얻어 먹은 인덱스는 팔을 걷어붙이며 본업과 관련된 센스로 마이카를 돕겠다고 나섰습니다. 정확히는 심심해서 그런 것일 테죠. 그러나 일손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므로, 마이카는 기특한 생각을 하며 인덱스의 수녀복 위에 앞치마를 단단히 매 주었습니다.

정말 본격적이네, 큼직한 목화와 장미 줄기를 들었다 놨다 하는 인덱스는 소재의 고급성을 따지는 모양새입니다. 그야 이렇게 제출한 과제물이, 학원도시 각지의 학교에 공급되기 때문에 그렇다고 마이카는 설명합니다. 이런 부업으로 들어오는 자금이 쏠쏠하단 말이지, 도와줬으니 크리스마스 때는 과자라도 사 올게. 인덱스는 무조건 환영이었습니다.

인덱스가 잔가지 프레임에 장식을 묶는 솜씨는 기억에는 없지만 손이 기억하고 있는 듯 야무지고 꼼꼼했습니다. 알려 주지 않았는데도 섹션별로 재료를 구분하는 것 부터 그렇습니다. 그녀 자체가 마술서 도서관이며, 그녀의 머리속에 있는 의식들은 이러한 상징물을 자연스럽게 계량하여 구축하고 있지만, 마이카는 알 수 없는 일이죠. 그저 인덱스의 리스에 대한 알 수 없는 해박한 지식을 배경음처럼 감상할 따름입니다.

기독교에서 쓰이는 의미 외에는, 장례식에서 쓰는 걸까, 생과 사를 연결하고 고인을 보호한다는 의미라는 거야. 이걸 응용하는 예장에서는 리스의 원형을 기반으로 장식물의 종류와 균형을 따지고 특정 부분을 강화해서 사용하는 예가 있어. 망개나무 가지를 꽂는 인덱스는 신중한 모습입니다. 가장 무해한 형태는 역시 완벽한 대칭인 걸지도. 흐응, 마이카는 과제의 예시로 나온 사진을 떠올리는 기색입니다. 언벨런스 디자인도 예쁘긴 했지만, 역시 정석이 제일 좋다는 거지. 알겠다는 거야. 인덱스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른 의미로는 역시 결혼식일까. 마이카는 맞장구를 칩니다. 그건 강의에서 배웠다는 거야. 볏짚을 리본으로 묶은 화환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거지. 로맨틱~ 이라면서 다들 좋아하더라는 거야.
그리고 마이카는 인덱스가 무릎걸음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손에는 작은 사이즈의, 흰 가지와 금빛 잎사귀에, 푸른 실크 리본을 묶은 리스가 들려 있었습니다. 그것을 마이카의 머리 위에 얹고, 인덱스는 방긋 웃습니다. 그렇지, 로맨틱할지도.

다음 날 카미조 댁의 현관 안쪽에는 골든 보더 장미를 가득 쓴 리스가 걸리게 되었습니다. 집 주인은 그것을 걸면서 갸웃한 표정이었지만, 인덱스가 잔뜩 들떠 싱글벙글 했으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겠지요.


21.12.06
츠치칸자
@엔구님

할로윈의 인덱스 납치 소동이 끝난 후, 학원도시의 파티장에서 네세사리우스로 돌아갈 채비를 하는 칸자키에게 아마쿠사식의 인원 대신 누군가가 다가왔습니다. 임무는 어땠냥, 프리스티스. 할로윈 파티에서 서버들이 입고 있던 복장과 같은─── 집사복을 입고 있는 츠치미카도입니다. 칸자키는 인덱스와 한때나마 기념일을 보내고 나서 따뜻해졌던 마음이 조금 식는 것을 느꼈습니다.

임무는 무사히 마쳤습니다. 오랫만이군요, 츠치미카도... 아니, 어째서 당신이 제 임무 내용을 알고 있습니까? 선글라스 안의 눈동자가 빛나는 것 같습니다. 그야 내가 아마쿠사식을 대신해 누님의 배웅을 해주기로 했으니까 말이다냥, 실은 누님의 의상도 내가 직접... 그 즉시 신의 레플리카, 성인의 주먹이 츠치미카도의 면전으로 날아왔습니다 당신이었습니까, 이 파렴치한 의상!!!
파티장의 시선이 잠시 이쪽으로 쏠렸지만 슬슬 분위기는 파장으로 넘어가고 있고, 일부 취객도 있는 탓에 그것이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화난 표정의 칸자키와, 간발의 차로 분노의 주먹을 피한 츠치미카도가 남았을 뿐입니다. 누님의 추종자들을 제치고 백업을 따 낸 보람이 느껴진다냥. ...왜 그런 일을? 칸자키는 물었습니다.

츠치미카도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는,
Treat or Trick─── 오늘의 인삿말을 연극조로 말했습니다. 할로윈이다냥, 누님. 과자를 안 주면 장난을 칠 수도 있다냥? 무언가 불온한 일이 있을 거라고 긴장했던 칸자키는, 그 말에 츠치미카도의 의도를 파악했습니다. ...그렇,습니까... 다시말해, 놀아달라는 거죠. 그들이 아마쿠사식에서 함께 시간을 보낼 때는 곧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런가, 칸자키는 당장 오늘도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던 탓에 지레 겁을 먹었던 자신을 깨달았습니다. 그녀의 어께에 힘이 풀리는 모습을 본 츠치미카도는 씩 웃으며 팔을 내밀었습니다. 이왕 무도회장이 마련된 파티장인데,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습니다. 누님의 춤 실력이 아직 건제한지부터 봐야겠다냥. 웃기는군요, 츠치미카도. 몇 년 동안 교단의 크리스마스 파티에도 불참했던 게 누군지. 마침 곡이 바뀌는 타이밍인 듯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칸자키는 츠치미카도의 팔에 가볍게 손을 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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