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ody

OVER THE BOUNDARY : Y. KANBARA : 2059 words

검은콩볶음 2014. 7. 3. 00:21

Town of Windmill - A hisa

애니가 떡밥만 던지고 풀지를 않았어요.

취지는 야요이 입장을 강탈해서 아키히토의 예쁨을 찬양하는 것과 모성에 대한 환상의 표출.

야요이가 좋은 엄마일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음. 요몽화 된 아키히토가 어머니를 공격 외 대상으로 정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로 인한 부상의 묘사가 없는 이상 야요이가 아키히토보다 자신의 안위를 우선했다는 가능성은 충분함. 외로움 잘 타는 아들 옆에 있어주지 않는 것도 그렇고. 물론 나세에서 도주를 염려하여 야요이와의 협상에서 여러가지 조건을 내놓았을 여지도 있음. 서로가 서로의 인질이라던가. 그러나 역시 야요이의 비중은 적음. 그게 아쉬움.

 

 

*

 

 

 

01.

칸바라 아키히토는 반요이다. 인간과 요몽 사이에서 태어난 매우 희귀한 존재다.

[요몽妖夢]. 그 말 그대로 한순간 꿈에 지나지 않을 것들이 인간과 교접한다는 사실은 이계사들 사이에서도 큰 논란거리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급진적인 성향의 몇몇 이계사들은 그 사실을 자체를 부정하고 반요와 그 어미를 제거하려 들었다. 야요이와 그의 아들에겐 가장 직접적이고 귀찮은 적이었다.

허나 당사자인 반요의 어머니, 야요이는 머리가 나쁘진 않았으므로 자신의 아들이 반요라는 것이 판명되기도 전에 도주했다. 사람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계사들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와 아들은 신기하게도 도주를 계속하면서도 살아남았다. 그것은 진짜 권력을 가진 이들이 그녀와 아들을 시간을 두고 관찰하며 분석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와 아들을 부정하는 이들의 눈은 그보다 더 위에 있는 손들이 가려주었다. 물론 그것이 대가없는 호의가 아니라는 건 말하지 않아도 당연했지만 당장이 급했던 야요이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이계사들 중에서도 독특한 성향을 가지고 있던 야요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들의 안전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재능을 즉흥적인 동시에 치밀한 연기로 발전시켰다. 그녀는 자신의 연기적 재능을 무대식으로 표출했다. 동작이 크며 전위적인 야요이의 행동은 주변의 모든 시선을 그녀에게로 끌어모았으며, 성격상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아들은 사람들 앞에 주목받지 못했다. 그녀는 현명했다.

그러나 사건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어나기 마련이었다.

 

 

02.

칸바라 아키히토라는 [인간]은 평범했다.


그것은 그의 태생을 생각했을 때 충분히 의심할 만한 일이었다. 그의 생부는 형체가 있었는지 인성이 존재했는지도 예측할 수 없는 요몽이었으며 어머니는 옆 마을까지 소문이 날 정도로 유별난 여자였다.
그러므로 아키히토의 평범함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평범해지도록 키웠다. 야요이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자신을 아이가 배우게 하지 않으려 애썼다. 교육의 대부분을 남에게 위임했다. 그녀가 아이에게 가르친 것은 무지함과 순수성 뿐이었다.
구김살 없고 밝게. 아들의 반이 인간의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로 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들의 눈동자가 자신을 닮아 밝은 갈색으로 맑게 흔들리는 것을 확인할 때가 가장 뿌듯했다. 밝은 밀색 머리칼이 빛을 받아 반짝일 때를 가장 사랑했다. 인간인 아들은 이렇게나 환하게 빛났다. 분명 그만큼 따뜻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녀는 그 생각을 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

 

 

03.

그러나 칸바라 아키히토라는 [반요]는 평범하지 않았다.


태풍을 맞는 것 같다. 야요이는 가끔씩 그렇게 생각했다. 아들로 인한 위험이 점차 수위를 높여가 목을 간지럽힐 지경이 되었을 때 하는 생각이었다. 태풍 한 가운데 있을 때는 그렇게 조용하고 안전할 수 없는데, 심한 기류가 흘러 그녀의 살을 찢을 때는 그처럼 아픈 것도 없었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그 소용돌이를 벗어나는 것이었다. 벗어나기까지 겪을 고난과 괴로움은 상상하기 어려울 지경이었지만 한번 벗어나면 그것은 더이상 그녀를 찾아오지 않을 터였다.

하, 야요이는 탄식했다. 그녀는 아들의 손을 잡고 달리는 중이었다. 자동차에 치여 몇 미터를 날아간다거나, 집에 연쇄살인범이나 살인강도가 들어오는 정도의,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사고는 아들에겐 종이에 베이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 아들의 몸을 극단적인 상황까지 몰고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안에서 멀쩡히 살아남은 아들을 본 사람들은 기겁하게 되고 곧 아들의 목숨을 노리는 이계사들을 불러오고는 했다. 이계사의 공격은 사람이 아닌 요몽을 대상으로 했으며, 그녀는 이미 몇 번 그들의 공격을 받은 아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감을 잡지 못했다. 하지만 아직은 괜찮을 것이다. 자신의 손을 꽉 잡은 온기를 느끼며 야요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벗어난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아무리 인간이라도 자신은 요몽의 아이를 낳았다. 그것을 부정하지 않고 살아왔다. 그런 자신이 아파가면서 태풍을 벗어나면 그 밖에 무엇이 있을지 야요이는 모르지 않았다.
아이도 이젠 중학생이었다. 희망을 가져도 좋을 만큼 긴 시간을 버티며 살아왔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모습을 몇 번 봐 왔지만 그 와중에도 아들은 위협당했을 때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때로는 그 모습이 너무 익숙해진 듯 해서 가슴이 아려올 때도 있었다. 야요이는 조금 벅차올라 아들의 손을 조금 더 힘을 주어 잡았다.

그러나
순간 휘청, 하는 불균형이 있었다.

방금전까지 느끼고 있던 무게의 상실감. 야요이의 손에는 아들의 잘린 팔이 들려 있었다.

 

야요이는 비명을 질렀다.

 


04.

그리고 칸바라 아키히토=경계의 저편이라는 [요몽]은 괴물이다.

야요이는 오래 전 요몽을 생명체로 규정해야 할지 고민한 적이 있었다. 아마 많은 이계사들이 그리 해왔을 것이다. 그러나 야요이는 그들 중 다른 사람에겐 없는 절실함이 있었다. 정확히는 두려움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 두려움은 원래 야요이가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무엇인지 묻는 아들의 눈 속에 붉고 검게 침체되어 있는 것이 그녀에게 옮은 것이다.
이계사로서 미지의 생물에 대해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걸 야요이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생물이 자신의 아들일 경우엔 글쎄, 어쩌면 좋았을까. 그녀는 독이 든 잔을 눈 앞에 둔 사람처럼 안절부절 못하다가 차마 그것을 엎어버리지 못하고 받아들였다.

 

어느날 아키히토가 가져온 생물책을 토대로 예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생명체의 정의를 한참 들여다보던 아들은 예전보다 더 혼란스러운 얼굴로 야요이를 보았고, 그 얼굴을 보며 야요이는 자신이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들은 꼭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요몽이 먹고, 배설하고, 번식하는가에 확답은 도무지 내릴 수가 없었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뭔가를 먹는 건 가능한 것 같지만, 배설을 하는지는 다른 문제고, 아들의 존재를 봐서는 번식성이 있는 건 확실한데, 요몽이 같은 요몽끼리 번식을 하는지는 또... 그러다가 야요이는 어수선한 침묵 속에서 아이의 눈동자 위로 그림자가 지는 것을 보고 숨을 삼켰다. 두려움이 다시 까맣게 몰려왔다.
그러나 야요이의 연기는 헐리우드 여우주연상을 노릴 수 있을 정도로 수준급이었다. 푸핫! 만면에 함박웃을을 지으며 아들의 얼굴에 손가락질을 한 야요이는 아들의 얼굴이 창피함과 억울함에 발갛게 물들어 글썽이는 걸 확인하고는 아이를 꽉 껴안았다. 부서질 듯이 끌어안았다. 아무렴 네 반쪽이 생물이 아니면 또 어떠니, 내 아들이 이렇게 예쁜데.
세상에서 이렇게 예쁜 괴물이 또 어디 있나.

 

그래서 야요이는 뭉근하게 피어오르는 흑녹색 요기에 물든 아들을 보고도 그렇게 웃기로 했다. 눈물 때문에 시야가 흐려졌지만 그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견딜 수 있는 것이 그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