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EX : 과다출혈 : 615 words
신약 3권 발매 후의 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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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비니아는 간헐적으로 떨리는 소년의 다리를 누르고 앉아, 한쪽 입꼬리를 쭉 올렸다. 소년은 이미 트랜스 상태에 들어가 있었다. 지금은 그럴 힘도 정신도 없는지 그만 두었지만, 방금 전까지 소년은 피가 몸 안에서 빠져나가는 감각이 기분좋다며 웃고 있었다. 과도한 출혈이 쾌감으로 느껴진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죽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웃고 행복해한다는 것은 보는 사람에게는 굉장히 불쾌한 광경이며, 매도하기에 상당히 쉬운 모습이기도 했다. 그처럼 소년은 처음에는 코미디 프로그램이라도 보는 듯이 웃어재끼다가, 점점 힘이 빠지자 실실 웃으며 낑낑대었다. 가히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레이비니아의 행동은 의도적이었다. 소년을 구속한 후 의도적으로 배에 구멍을 냈고, 의도적으로 그 상태를 방치하고, 방관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기겁해야 할 상황이지만, 그녀는 경악스럽게도 만족하고 있었다. 나쁘지 않다는 얼굴로 그녀는 소년의 위에서 내려와 손짓으로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을 불렀다.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급하게 들어왔고, 소년의 치료가 시작되었다.
레이비니아는 소년의 그런 얼굴은 처음 보았다. 어느쪽이냐면, 소년은 자주 웃지도 않았고 그녀의 앞에서 순수하게 폭소한 적도 없었다. 처음 그와 조우했을 때부터 그녀는 인간으로서의 레이비니아 대신에 '새벽녘의 햇살'의 보스로서 나섰고, 단 한번도 그녀 자신을 내보이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이전부터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므로. 그러므로 소년 또한 그녀와 말랑말랑한 분위기가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자신에 대해서 비밀스러운 그녀였지만 소년의 무의식을 엿보는 것은 나름대로 즐거웠다. 창백해진 피부에 눈가가 발개질 정도로 웃으며 후드득거리던 상체와 곧이어 축 늘어져 못 참겠다는 듯 신음하던 목, 정신을 못 차리고 이리저리 흔들리던 눈.
솔직히 말해서, 사랑스러웠다. 레이비니아는 혀로 입술을 훑었다. 그래. 좀더 보지 못하는 게 아쉬울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