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ody

INDEX : CHRISTMAS NIGHT : 10028 words

검은콩볶음 2018. 4. 4. 23:22

미완.

쓰다보니 양이 계속 늘어서 팽개침+원작에서 크리스마스 내줬음 원작충은 본분대로 펜을 놓습니다.

마술사이드+카미조 중심의 크리스마스. 

 

 

-

 

 

"아기 예수의 탄생? 크리스마스 파티?"

 

 

청교회에서는 매년 하는 거에요, 하고 이츠와는 케이크를 포크로 잘라 집어들고 말했다. 그녀가 가져온 케이크의 절반은 포장된 받침 그대로 인덱스 앞에 놓여져 있었고, 맹렬한 공격 속에 점점 형상을 잃어 가고 있었다. 이츠와는 그 모습에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금새 무언가 귀여운 것을 보는 표정으로 얼굴이 풀어져 있었다.

 

 

"토우마, 성탄절은 영국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기념일이야."

"일본에서도 그렇습니다만... 행사적인 의미가 더 강하지만."

"왕실파와 기사파 모두 기본적으로 참가 허가가 나와 있고, 일정이 있다면 불참해도 상관 없는 행사에요. 제 0성당구는 별일 없는 이상은 필참이지만요. 이번에는 프리스티스 님이 연극에 주연급 역할을 맡게 되셔서..."

"아마쿠사식 여러분도 같이 참가하게 된 거야?"

"다들 못 견디게 신나하더라구요."

 

 

마치 남의 일처럼 말하는 이츠와는, 물론 신나보이는 얼굴이었다. 카미조는 포크에서 자꾸 떨어지려 하는 케이크 조각을 겨우 입에 물었다. 생크림의 싱그러운 단맛이 났다. 칸자키는 어떤 역할인데? 천사? 예전에 봤던 칸자키의 타천사 메이드복을 떠올리며 잠시 한기를 느끼고 카미조가 물었다.

 

 

"성 마리아 역할을 맡게 되셨어요. 예전에는 기사파의 나이트리더 님과 빌리언 님이 요셉과 마리아를 맡아 주셨는데, 이번에 빌리언 님께 일정이 생기셔서요."

"아, 그래서 칸자키가 마리아 역할인거야?"

"네. 나이트리더 님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어요."

"그 사람이 요셉..."

 

 

항상 정장 차림이었던 금발의 나이트리더가 기원전의 의상을 입고 있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나이트리더와 칸자키가 부부 역할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카미조는 이츠와가 어두운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 정신을 차렸다.

 

 

"프리스티스 님께 주연급 배정... 저도 모두도 즐겁게 준비하고 있긴 하지만 이건 분명 흑심이 있는 거에요. 동기가 불순해요. 아직까지 프리스티스 님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거죠..."

"뭐?"

"물론 다른 사정으로는 제게 유리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건 그거고, 그 사람은 프리스티스 님의 성인으로서의 지위나 힘을 탐내는 거에요. 사람 대 사람으로서가 아니라구요. 정식으로 기사파에 권유하면 먹히지 않는다는 걸 알고 약삭빠르게 작업을 걸다니... 거진 열 살은 더 먹어놓은 주제에... 우리 프리스티스 님을 뭘로 보고 감히..."

"이, 이츠와 씨?"

"저는 그래서 온 거에요, 카미조 씨!"

"네!"

 

 

카미조가 압도당할 정도의 박력을 내뿜었지만 이츠와는 금새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주저하듯이 말했다.

 

 

"그, 내일, 크리스마스에 시간 있으시면!"

 

 

 

 

 

 

"그런 데이트 신청의 서두같은 건 처음 들어봤어..."

"내용은 아니었지만 말이다냥. 기구하구나, 카미양."

 

 

연극 대타 좀 뛰어주세요! 이츠와의 입에서 나온 건 그런 말이었다. 누구의 대타인가 하면, 당일 로마 정교 산하 수녀회의 대축일 미사에 참여하게 된 올소라가 맡은 천사 역할의 대타였다.

 

 

"그건 뭐랄까, 굉장히 어울리는데..."

"보지 못하게 된 건 아깝지만 말이다냥, 그보다는 이쪽에 집중하는 게 좋을거다냥. 카미양의 영어 발음은 처참하기 그지없으니까."

"그것 참 죄송하네요 츠치미카도 선생님!"

 

 

이츠와는 카미조의 승낙을 받자마자 당당하게 카미조의 기숙사를 나와 바로 옆 집으로 들어가서 츠치미카도를 데려왔다. 이미 정해져있던 거였습니까! 카미조는 절규했지만 츠치미카도는 특별한 일도 없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런 이벤트를 거절하는 편이 이상하다며 히죽거리는 얼굴로 영어가 빼곡히 적혀있는 프린트를 내밀었다. 그것이 수 시간 전.

 

 

"...지금까지 내가 가르친 사람이 똑똑한 편에 속했던걸까냥, 아니면 카미양이 외국어에 재능이 없는걸까냥..."

"가르쳤던 사람이 누군데?"

"처음부터 끝까지 봐줬던 건 로라 스튜어트랑 칸자키 누님. 그 외 네세사리우스에서 주기적인 일본어 강의랑 고문서 해석에 자문을 몇 번..."

"음, 둘 다가 아닐까."

 

 

츠치미카도는 얼굴을 짚었다. 프린트를 보느라 선글라스를 벗은 눈가에 미간이 구겨졌다. 대사량이 많은것도 아닌데 말이다냥...하는 한숨섞인 신음성이 그 아래에서 들렸다. 안되겠다냥.

 

 

"시간이 없어도 너무 없다냥, 독해하고 읊는건 공부랑 비슷해서 카미양한테 안 먹히는 게 분명하다냥."

"그렇다면 어찌해야 좋겠습니까, 츠치미카도 선생님!"

"바로 실전으로 들어간다냥!"

"오오..."

"그래도, 실전에는 배역이 필요하니까 금서목록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그만둬야겠지. 공부머리는 그만 쉬어도 된다냥, 카미양."

"오케이."

 

 

카미조는 기지개를 폈다. 학교에서도 안 하던 공부회를 집에서 하자니 집중이 안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인덱스는 츠치미카도를 부른 후 뿌듯한 표정을 지은 이츠와와 손을 잡고 밖으로 찬거리를 사러 나갔다. 개인적인 답례로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하는 이츠와 뒤에서 츠치미카도는 전에 없던 표정으로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무엇으로 매수당했는지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그러고보니 츠치미카도는 크리스마스 파티 참석하는거야? 청교도 소속이잖아."

"후후..."

"뭐야 그 기분나쁜 웃음..."

"카미양, 크리스마스는 원래 가족과 함께 보내는 날이다냥."

"무슨...... 마이카랑 보내기로 했나보네, 요란은 휴일이 없는 거 아니었어?"

"휴가다냥, 휴가. 마이카가 가장 바쁠 때 나를 위해 내준 휴가."

"너 등장할때부터 기분 좋았던 게 그것 때문인거지."

"끔찍하게 귀여운 여동생이 있는 이 몸을 부러워하거라, 카미양! 영국 크리스마스 전통 요리같은건 이제 질렸다냥! 둘만의 훈훈하고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낼 예정이다냥!"

"사실은 그걸 자랑하러 온거지, 너!"

 

 

츠치미카도는 더 크게 웃었다. 작년에는 마이카도 나도 바빠서 연휴 다음날에야 얼굴을 봤으니까. 하고 덧붙이는 얼굴이 복에 겨워 보였다. 카미조는 작년이라는 말에 딱히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해 적당히 대답했다. 그래서 카미양, 하고 부르는 소리에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츠치미카도는 눈을 반쯤 접고 희미하게 웃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선글라스를 벗어서 그런지 낯선 표정이었다.

 

 

"연극 하다가 쫒겨난 다음엔 불쌍하니까 우리 집에 와도 용서해주겠다냥. 금서목록이라면 마이카도 좋아할 테고."

"쫒겨나는 건 이미 확정이십니까."

"잘 생각해봐라 카미양, 지금까지 카미양이 해외로 나가서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돌아온 적이 있었는지."

"크윽... 반박할 수 없다는 점이 분하다..."

"오히려 연극만 하다가 쫒겨난다면 나름대로 평타라고 생각한다냥, 크리스마스는 여러모로 의미깊은 날이라 마술계에서 일을 벌이기엔 또 제격인..."

"거기서 멈춰주세요, 츠치미카도 씨. 정말 실현되면 카미조 씨 원망할거니까!"

"냐하, 그럼 이건 어떠냥, 무사히 돌아올 땐 크리스마스 푸딩을 가져오는거다냥. 삼파가 모이는 자리라 나오는 음식은 또 물건이니까."

"사망 플래그까지 세워주시니 정말 눈물나게 고맙네요. 늦더라도 잊지 않고 처들어가주마."

"기대하겠다냥."

 

 

때마침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토우마! 문 열어줘 토우마! 손이 모자라서 문을 못 열겠어요! 문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카미조는 빠르게 현관으로 걸어나섰다. 그 뒤를 따라 일어서며 츠치미카도는 벗어둔 선글라스를 집어들었다.

 

 

"작년엔 너도 바빠서 크리스마스 끝나기 직전에야 겨우 만났으니까, 데이트 약속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이번에도 그 정도는 기대하게 해달라냥, 카미양."

 

 

물론 들리지 않을 소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오늘 출발한다는 소리, 카미조 씨는 들은 바가 없습니다."

 

 

카미조는 고개를 붕붕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이 너무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바보같은 소리 마. 아마쿠사식 능력으로는 학원도시 전용기를 이용할 루트가 없으니까 내일 아침부터 아홉시간은 비행해야 해. 도착하면 파티 당일이다. 내가 학원도시까지 와야 전용기에 자리가 생기니까 친히 나와 준 데에 감사하게 생각해. 아마쿠사식 전원이 번갈아가며 부탁하지 않았다면 귀찮아서 오지도 않았어."

"아마쿠사식 여러분이 더 귀찮게 굴었다는 소리구나."

"흥."

 

 

스테일 마그누스는 설거지를 하고 있는 카미조와 이츠와를 지나쳐, 한 손을 까딱이며 인사하는 츠치미카도를 잠깐, 이츠와 스패셜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구마 케이크로 야식을 달리고 있는 인덱스를 조금 더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베란다로 직행해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마침 귀가한 듯한 삼색고양이가 따라 들어왔다. 스핑크스! 인덱스가 이름을 부르자 고양이는 야옹 하고 대답했다.

 

 

"인덱스, 스핑크스한테 미지근한 물 좀 꺼내줘. 스테일, 저녁은 먹었어?"

"필요없어. 그보다, 대본 읽기는 이미 끝났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더 잘 끝났다냥. 금서목록의 활약이 대단했다냥."

"아직이야. 토우마는 말야, 억양부터 뜯어고칠 필요가 있을지도. 파티 직전까지 계속 연습해야 할지도."

"아 갑자기 아기예수님께 물어뜯긴 귀가 아프네."

"...대충 감이 오는군."

 

 

정리만 끝나면 출발한다. 필요한게 있으면 지금 챙겨 둬. 라는 말과 함께 베란다 문이 닫혔다. 남은 설거지는 맡기라는 이츠와의 말에 엉거주춤 정리한 후 카미조는 옷장을 열어 외투부터 꺼내기 시작했다. 인덱스 씨, 장갑은 이걸로 좋으십니까? 기다려, 토우마. 마지막 케이크 조각을 한 입에 넣은 후 우물거리며 인덱스도 일어섰다. 

 

 

"한창 바쁠 때 학원도시까지 수고가 많다냥. 단순히 자리만 내는 거라면 대타를 보내도 될 일이었을 텐데 말이다냥."

"괜한 참견이야...왜 웃지?"

"생각보다 신나서 달려온 게 맞다 싶어서 말이다냥."

"...무슨 소리야?"

"글쎄, 무슨 소리인지는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거다냥."

"홍차 상관 없으시죠?"

"아니, 난..."

"일단 앉으세요. 정리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으니."

 

 

베란다에서 돌아온 스테일은 츠치미카도와 이츠와의 말에 자리에 앉았다. 작은 원룸이 북적해진 기분이 들어 카미조는 잠깐 세 사람 쪽을 보았다가 크리스마스,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토우마, 속옷 파우치가 필요할지도."

"아, 그건 아래쪽 서랍에. 인덱스."

"응?"

"있어봐, 케이크 묻었어."

"어디?"

 

 

텔레비전 옆의 티슈를 뽑아 인덱스의 입가와 턱을 문지르던 카미조는 순간 방이 조용해진 기분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스테일이 열렬한 눈으로 자신과 인덱스를 보고 있었고, 계속되던 대화는 중단된 듯 했다. 남은 두 사람은 왠지 딴청을 피우는 것 처럼 보였다. 스테일은 인덱스를 좋아하지. 저 녀석 이런걸로 질투인가? 카미조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휴지를 말아쥐었다. 이제 됐어. 인덱스는 이미 아래쪽 서랍을 뒤지고 있었다.

 

 

"스테일."

"뭐지."

"눈에서 빔 나온다냥. 뚫어버릴 지경이다냥."

"내 마술 중에 그런 건 없어."

"적당히 안본 척 하는 티라도 내지 그러냥. 사심이 너무 환히 보여서 보는 쪽이 부끄럽다냥. 스테일 어린이는 적당히 숨기는 법도 알아야겠다냥."

"아까부터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사심이라니, 누가 누굴 보고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군. 너야말로 이 시간에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지? 지금 학원도시에 체류하는 마술사만 두 손을 넘어가는데, 그 동향 보고가 네 일이 아닌가?"

"그 쪽은 문제 없다냥, 내가 다른 것도 아니고 성탄절에 손 놓고 여기서 놀고만 있다고 생각한다면 스테일 마그누스의 판단력을 의심할 때가 왔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냥."

"저, 더 놔두면 진짜로 싸울 것 같아 말씀드리는데요."

 

 

소란스러워지기 전에 이츠와는 말을 잘랐다. 네세사리우스 내부의 마술사들은 사이가 그리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비즈니스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착각이었던 걸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으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었다. 이츠와는 침착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서 제일 사심 채우고 있는 건 저에요. 아마쿠사식 대표로 제가 온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어린애들 둘이서 별 것 아닌걸로 맞다 아니다 떠드는 걸 보고 있자니 웃기네요. 오전부터 케이크고 뭐고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일정 빽빽한 거 질질 끌고 저 둘한테 하루종일 해먹이고 싶었던 거 다 해먹일 정도의 사심이 아니면 같잖으니까 그만들 두세요."

 

 

아니, 이츠와 씨는 저보다 겨우 한 살...하고 츠치미카도가 작게 항의했지만 곧 이어지는 말에 입을 다물었다.

 

 

"아직 네세사리우스에서는 집계되지 않거나 제외된 것 같은데, 아마쿠사식에서 학원도시 내에 인원 지원중이구요. 학원도시에 잠입한 타 소속 마술사 리스트 받아서 모니터링 중이에요. 피차 민감한 시기이니 일시적으로 협력중인 곳도 있구요. 저희가 프리스티스 님을 위해 이런 일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그리고 스테일 씨가 바리에이션을 늘려 보는 건 저도 찬성이네요. 눈에서 발화체를 직선으로 쏘아 보는 건 어떠세요, 불화살처럼. 이츠와의 눈동자는 테이블 위의 홍차처럼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시속 칠천의 속력으로 날아 도착한 영국은 일본에서 출발했던 시간보다도 더 이른 시간이었다. 그러나 카미조의 체감 시간은 자정을 넘은 새벽이었고, 인덱스는 이미 비행기에서 잠들어 있었다. 카미조는 모포를 덮어 조심스럽게 인덱스를 안아드는 스테일을 따라 정신없이 이동하다가 스테일이 어느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인덱스를 어디로 데려가냐고 소리쳤다. 스테일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영국 청교도 여자기숙사다. 비어있는 올소라 아퀴나스의 방을 그녀에게 빌려주기로 했어. 이정도면 설명은 되었겠지. 외부인은 빠져."

"스테일, 그 말 그대로 돌려드리죠. 외부인은 거기서 대기하시길."

 

 

칸자키 카오리는 연보라색 하오리를 입고 현관 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자고 있는 인덱스와 스테일에서 카미조로 옮겨갔다. 카미조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고개를 휙 돌려버린 칸자키에게 카미조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자만 칸자키는 모르는 척 스테일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그녀를 데려 와 준 것은 고맙지만 정문을 넘어 온 것은 그리 현명하지 못한 판단이군요, 스테일. 여자기숙사 정문에는 허락받지 않는 남성이 발을 딛을 시에 소소하게 나쁜 일들이 일어나는 저주가 몇 가지 있습니다. 중요한 약속에서 상대와 엇갈린다던가, 하루종일 넘어진다던가, 물건을 잃어버린다던가."

"교도의 숙소에서 나오기엔 불경한 말이군. 미신 아닌가?"

"수도에 있는 산하 건물 중 가장 불경한 제 0 성당구의 마술사가 가장 많이 상주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믿고 말고는 자유지만 무슨 일이 있을 때 괜한 남 탓은 말았으면 좋겠군요."

"이런 날까지 이런 음침한 소리를 들어야 한다니. 그래서? 해제하는 방법은?"

"대중없이 다수가 중첩시킨 저주에 그리 간단한 해제 방법은 없습니다. 남에게 옮기는 법은 있겠지만."

 

 

...악질이군. 라고 말하는 스테일이 자신을 힐끗 본 것을 카미조는 놓치지 않았다.

 

 

"저어기, 스테일 씨? 방금 제게 옮기려는 생각을 하신 게 맞지요?"

"어차피 옮겨가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대상에 잡히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니 튕겨나가면 위력이 배가 되어 돌아올 수도 있어."

"옮기려는 생각을 했다는 시점에서 저주보다 더 악질이라는 점을 자각해!"

"몰랐나? 난 원래 악질이야."

"일단 인덱스는 이쪽에서 받아가겠습니다. 계속 하실거라면 그 이후에 밖에서 하세요."

 

 

칸자키는 정문 앞으로 걸어나왔다. 체감시간이 한밤중인 인덱스는 말소리에도 깨지 않고 잠들어 있었다. 그녀의 잠든 얼굴을 보던 칸자키는 카미조를 향해 말했다.

 

 

"당신에게는 바로 돌아가달라는 말을 하려고 했습니다만, 이것만큼은 감사하지 않을 수 없군요. 의도가 어찌되었건, 인덱스를 데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녀와 같이 맞는 대림절은, 제게는 좀 오래 전 일이라."

"오, 오우... 인덱스도 이쪽 소속이니까, 원래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닌데..."

"그러시겠지요. 별로 믿을만한 소리는 못 되지만."

 

 

대답에 날이 서있었다. 의도?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카미조가 그걸 묻기 전에 칸자키는 스테일의 품에서 인덱스를 받아들었다.

 

 

"내일 뵙죠."

 

 

열려있을 때는 몰랐지만, 기숙사 현관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 닫힌 문을 뒤로하고 스테일은 정문을 나서며 카미조에게 짧게 따라와라. 라며 발을 옮겼다. 어디로 가는데? 카미조는 대답하며 그 뒤를 따라 걸었다. 

 

 

"네가 내일 파티에 참석할 때 입을 의복과 천사 의상의 수선이다. 대략적인 사이즈는 알려뒀지만, 삼파가 한 곳에 모이는 행사에는 체면이라는 게 있어. 너는 외부에서 초청받은 인사인 만큼 더 구분을 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거야?"

"그 물음에는 유감스럽게도 동감하는 바...얏?"

"으억?"

 

 

뒤로 쓰러지는 스테일을 카미조는 피하지 못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쓰러져 꽤 큰 소리가 들렸다. 주로 카미조의 뒤통수에서 나는 소리였고, 행인들의 동정 섞인 탄성이 들렸다. 쓰러진 스테일을 받아낸 형태가 된 카미조는 제 위에 엎어져 있는 스테일에게 말을 걸었다.

 

 

"어이, 일어나라 신부님."

"젠장..."

 

 

스테일은 발이 접질렸는지 상체는 금새 일으켰지만 일어나지는 못한 채 손을 땅에 짚고 앓는 소리를 냈다. 졸지에 근거리에서 얼굴을 마주보게 되자 스테일은 얼굴이 이상하게 구겨진 채로 굳어졌다. 발이 아픈건가? 어쨌든 계속 길바닥에 누워있을 수도 없었기에 카미조는 다시 말을 걸었다. 발 밑 좀 보고 다니지 그래? 스테일은 조금 허우적거리며 일어났다.

 

 

"평소에 아무 것도 없는 데서 넘어지는 너에게 들을 말은 아니로군."

"덕분에 이유없이 넘어진 사람한테는 일단 사과부터 하지 그래?"

"싫어."

"야!"

 

 

스테일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빨리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목적했던 테일러에 도착하고 나서는 사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두번 더 넘어지고(카미조는 그 중 한 번에 또 말려들었다) 산책하던 강아지에게 물릴 뻔 하고(곧 주인이 와서 사과를 했다) 그 와중에 주술적 의미가 있는 반지를 잃어버리고(카미조는 같이 찾아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한 채 시간에 쫓겨 일어났다) 마지막으로 가정집에서 마당에 뿌리려던 물을 대신 맞고(옆에서 걷고 있던 카미조는 얼굴만 맞았다)난 뒤였다.

 

 

"너 그 여자기숙사 저주..."

"말하지 마. 리스크를 무시하고 옮겨버리고 싶어지니까."

 

 

테일러의 손님 의자에 걸터앉은 스테일은 어께를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카미조로서는 자신까지 말려 든 것은 고사하고 동정심과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모습이었다. 카미조는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 스테일의 젖은 머리카락 위를 두어 번 쓰다듬었다. 손 아래에서 화들짝 놀라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스테일은 또 그 이상한 인상을 쓰고 있었다.

 

 

"뭐... 뭐야?!"

"예전에 학원도시에서 너랑 나랑 같은 저주에 걸렸을 때 이렇게 풀지 않았나? 싶어서. 그, 연금술사의 기억을 잊게 만드는 마술 말야."

"분명 그 때는 네놈이 내 턱에 한 방 먹여서 풀었던 걸로 기억한다만."

"어이쿠, 저주가 어디에 걸렸으려나? 머리만 만졌다고 풀리는 것 같지는 않은데,"

"어딜 만지는 거냐, 손 저리 치워!"

"정문을 밟아서 걸린 거면 발에 걸린건가? 넘어지기도 자주 넘어졌고..."

"어머나, 어머나,"

 

 

두 사람이 고개를 들자 그곳에는 어색한 표정의 테일러와 왕실파의 제 1왕녀, 리메에어가 나란히 서 있었다. 이전 회의에서 봤던 외알안경에 긴 원피스가 아닌 금속테 안경과 정장, 울코트를 입은 그녀는 거리에 나가면 곧 군중 속에 숨어들 것 같은 이미지였다. 언젠가 카미조의 휴대전화 카메라를 향해 지었던 서늘한 미소로 리메에어는 말을 이었다.

 

 

"몇달 전 만나고 나서 말야, 보고로 들은 성정이 난잡하다던가 수라장이라던가 하는 건 허위나 오해섞인 가십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던 모양이네. 청교파 신부한테까지 손을 대고."

"오해십니다 리메에어 씨!"

"굳이 해명하지 않아도 돼. 왕실파는 체면 때문에 이미지도 중시하지만, 대체적으로 내 휘하는 능력만 좋다면 다른 건 그리 고려하지 않으니까. 이런 능력도 적소에는 훌륭한 능력이지. 대신 내게서 신뢰는 기대하지 말아."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만?!"

"네놈은 손이나 떼고 말해! 역할의 포지션상 왕실파가 개입하는 건 예정되어 있었으니까!"

 

 

카미조는 황급히 스테일의 무릎에서 손을 떼고 일어섰다. 스테일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귀가 빨갛게 보였다. 감기? 아까 맞은 물 때문에 그런가, 라고 생각하던 카미조는 리메에어의 의혹이 담긴 시선이 다시 따라붙자 양 손으로 X자를 그렸다.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리메에어 옆에 있던 노신사는 줄자를 가지고 카미조에게 다가가 치수를 재기 시작했다.

 

 

 

"내가...아니, 왕실파가 올 줄 몰랐다면 이 파티가 어떤 파티인 줄 전혀 모른다는 걸로 이해해도 될까?"

"역할 추진이 급했다는 건 알고 계실 줄로 압니다. 배역들 사이에서도 정보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무슨 소리야. 줄자가 온 몸을 돌아다니는 통에 어색하게 굳은 자세를 하고 있는 카미조가 목을 돌려 둘을 번갈아 보자 스테일은 한숨을 쉬었다.

 

 

 

"처음 널 끌어들인 아마쿠사식을 생각해 봐라. 그들이 자신들의 프리스티스에게 일일이 지침을 요구하거나, 그녀의 의사를 묻고 일을 시작한 적이 있나?"

 

"그건..."

 

"아까 칸자키가 돌아가라는 소리를 했을 때도 멍청한 표정이나 짓고 있었지. 그녀가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나?"

 

"저기, 스테일 씨, 칸자키 씨는 언제 어디서 만나도 제게 오해를 하고 계셨습니다만."

 

"...그 부분은 참작하지. 네가 비행기까지 타고 와서 영어로 된 대사를 읊게 된 이유는 뭐냐."

 

"아마쿠사식 여러분이 올소라가 자리를 비웠으니 배역을 대신 맡아달라고 해서."

 

"그 요구 하나에 여기까지 왔단 말야? 영웅의 포부란 대단하네."

 

 

리메에어가 빙긋 웃자 스테일은 한 박자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게 비꼬셔도 못 알아듣습니다. 좀더 직접적으로 오지랖이 넓다고 해주십시오. 아무한테나 쉽게 넘어간다던가, 헤프다던가,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던가."

 

"개인적인 악의가 드러나는데요. 스테일 씨."

 

"아니야, 아니야, 나쁜 의도 없어. 일이 이렇게 돌아가는 것도 나름대로 재밌으니까. 포지션이라는 건 말야, 어차피 인형을 쓸 아기예수를 제외하고 연극의 주연인 요셉, 마리아, 천사의 소속이 삼파로 갈리기 때문이야. 이번에 빌리언이 빠지고 마리아에 청교파가 들어갔으니 천사는 왕실파에서 맡아야 하거든. 실상은 허식이라 처음엔 청교파의 인물이 제시되었고 그게 일정상 무산된거지. 아무래도 좋은 얘기지만, 소속이 명확하지 않은 사람이 천사를 맡게 되었으니 모르고 참석하는 사람은 당연히 천사가 왕실파 소속이라고 생각하지 않곘어?"

 

"그럼 리메에어 씨가 여기에 있는 건..."

 

"일단 얼굴이라도 비춰야 소속을 위해 일해주는 사람에게 체면이 사니까. 일이 이렇게 되었을 줄은 몰랐지만 뭐, 크리스마스 파티 한 번 망한다고 별 일이야 있을까?"

 

 

리메에어의 입에서 망한다는 소리가 나오자 카미조는 안색이 새파래졌다. 이츠와도 츠치미카도도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을 해 주지 않았다. 

 

 

"...이거 그렇게까지 심각한 거에요? 돌아가는 게 좋을까요?"

 

"괜찮아. 왕실파에서 신경쓰지 못한 책임도 분명히 있으니까. 그리고 처음 네가 배역 후보에 올랐을 때 묵살되지 않은 건 그렇게 해서라도 널 데려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꽤 있기 때문이야, 3차 대전의 영웅 씨. 부디 참석하시어 자리를 빛내 주길 바라."

 

"왕실파에서 일정 부분 수습해 주신다는 얘기는 받겠습니다."

 

"어차피 연대책임이잖아? 청교파에서 준비에 수고가 많이 든 것 같고, 솔직히 말해 이쪽은 예산이나 의상 지원으로 생색이나 내면 되는 걸. 어디보자, 치수는 다 잰 거지? 피팅은 내일 하면 되고. 가게는 빨리 비워주는 편이 나으니 다음 일정이 있다면 움직여도 좋아. 의상 지원 얘기가 나온 김에 영국의 크리스마스 관광은 어때? 지금부터 직접 거리를 사찰할 예정이야."

"아... 그건..."

 

 

카미조는 스테일을 보았고, 오늘 더 해야 할 일은 없다는 대답에 한숨을 쉬었다. 런던은 이제서야 심야의 영역으로 들어갔지만 카미조의 체감시간은 이미 새벽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리메에어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하 하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눈치가 없었네. 뺏어가지 않을 테니까 싸우지 마. 이런 기념일에 싸우고 헤어지는 거 너무 아깝잖아. 나 오기 전에 하던 것도 마저 하고."

 

 

"오해십니다 리메에어 씨!!!"

 

 

 

 

 

 

 

"들어오게."

 

금발의 미남자는 지금까지 공식 석상이나 전투시에 봤던 것처럼 완벽한 수트 차림은 아니었다. 응접실의 의자와 탁자에 재킷과 시계 등이 놓여 있었다.

 

"오후에는 눈이 온다고 하더군. 덕분에 야외 공연장은 사용할 수 없게 되었네. 초대객이 아니라도 

 

 

미완. 아래는 뼈대만.

 

나이트리더는 카미조를 기사파에 권유하러 옴. 이것은 지금까지 영국에서 보유했던 성인들을 줄줄이 뺏겨버린것과 관련이 있는데 나이트리더는 성인들은 주어진것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비정상에 원인을 추구하며 그것을 밝혀줄것만 같은 사람들에게 붙어 훌쩍 떠나버린다고 푸념함. (올레루스에게 간 실비아,피암마에게 간 아쿠아) 칸자키에게 계속 작업을 거는 이유는 더이상 영국에 성인의 손실을 막기 위함이기도 하며, 그녀가 붙어서 떠나버릴 것 같은 위험순위 1위인 카미조에게 족쇄를 걸기 위해 한번 얼굴을 보러 온 것. 청교도뿐 아니라 영국 삼파 전체가 카미조를 끌어들이려 한 것이었고 아마쿠사식의 동기는 그 일각. 리메에어가 그정도 동기로? 라고 했던것도 자신들이 꾸미는 일에 비해 너무 쉽게 와줬기 때문. 그걸 위해서라면 파티 한번 망하는것쯤이야... 라고 삼파 수뇌 모두가 생각하고 있음. 학원도시를 떠나 이쪽에 올 생각은 없는지 제안하고, 카미조는 졸업 후엔 어찌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자기 고향같은 곳이라 졸업때까지는 있을 예정이라고 하고 나이트리더는 졸업 후를 기약하겠다고 함. 스테일은 카미조의 감시격이며 학원도시에서 카미조를 탈환하기 위래 급습할 경우를 대비한 것이기도 하고, 그럼 학원도시에서... 탈환을... 계획해야겠네...? 그리고 인덱스와 츠치밍에게 돌아가는 전개로.

 

칸자키는 카미조가 영청에 들어가려 한다고 생각중임 물론 가장 꿍꿍이가 있는 건 로라 스튜어트지만 학원도시의 방해를 피하기 위해 카미조와 접선했을것이라 지레짐작중임 자신의 신도들은 그를 좋아하니 마냥 좋다고 그 수에 걸려들어 결국 인덱스까지 끼고 데려왔고 물론 그녀가 인덱스를 반가워하지 않을 리 없지만 칸자키는 학원도시에서 다른 마술사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인덱스가 행복해 보였고 그 행복을 지켜주고 싶었던 것. 그러나 영청으로 돌아오는 순간 앞으로 더이상 기억조작은 없을지 몰라도 영청의 가장 유용한 패 중 하나로서 마구잡이로 쓰여질 거라는 비관적인 생각으로 인덱스를 데리고 돌아오리라 생각되는 카미조를 그리 반길 수 없었다는 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