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EX : FUCKYOUJCBALL : 2161 words
신약 3권 하와이 당시 모니터링하는 간부 맴버 망상.
원래는 오티누스가 돌아와서 같이 모니터링 하는 걸로(토르는 간식셔틀을 시켰다)(메로나 사와라)끝내려고 했는데 영 쓸 수가 없어서 애매하게 끊음.
*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리는 곳이 있어, 그쪽으로 발을 옮긴 남자는 난잡한 노이즈 화면이 가득 찬 구형 TV를 발견했다. 화면 중간중간 보이는 흑백의 폐허가 어느 곳을 비추는 지 확인한 후 그는 그것을 한 손으로 들었다. 케이블이 서너 개는 연결되어야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오래된 모델의 TV에는 아무것도 달려있지 않았음에도 노이즈와 흑백 화면은 끊임없이 형체만 바뀔 뿐 그대로였기 때문에 그것을 좌우로 돌려가며 살펴보던 남자는 그 행위에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에게 보이는 광경은 정보 기관의 상황실과 거의 유사했다. 중간에 유명 회사의 대형 TV가 걸려 있었고, 그 주위를 수많은 모니터들이 채우고 있었다. 남자는 이전에 드나들었던 어떤 연구소와 그 모니터링을 했던 상황을 떠올렸으나 그리 좋은 기억은 아니라 고개를 두어 번 저었다. 그 어느 상황실과 연구실도 이렇게 무질서한 레이아웃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주위에 가득 찬 화면들은 대다수가 모니터와 TV였지만, 같은 모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사람과 좀더 가까운 쪽에는 휴대용 단말기들이 어지럽게 놓여있기까지 했다. 남자는 중에 하나를 열심히 들여다보는 소녀에게 다가가 TV하나가 꺼졌다고 말했다.
"아, 그래?"
소녀는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대신 그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양갈레로 땋은 긴 은발에 가까이 다가가 앉은 남자는 소녀가 들고 있는 단말에서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보았다. 시내에 위치한 카페테리아의 모습이 보였고, 시선의 위치로 보아 그녀가 들고 있는 것과 비슷한 단말기에서 찍은 영상으로 보였다. 남자는 화면에 나오는 사람을 확인한 후 소녀에게 메인 TV로 띄우지 않겠냐고 제안했고, 소녀는 즉시 그렇게 했다.
큰 화면에 검은 머리카락의 소년과 고양이 귀를 단 소녀의 모습이 비쳤다. 소녀는 빙그래 웃었다.
"한번 더 소란이 일 것 같지? 베르시."
소녀는 남자가 가져 온 구형 TV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더 미련이 없는 듯 TV에 쓰여있던 무언가를 지워버렸다. 베르시라고 불린 남자, 카군도 느낄 수 있을 만한 기운이 느껴졌다. 꽉 조여있던 나사가 하나둘씩 풀리고 부품이 해체되어 사라지는 감각이었다. 소녀가 카군을 처음 가르치기 시작했을 때부터 쭉 봐 왔던 것이었지만 난쟁이의 이름을 쓰는 소녀, 마리안은 술식 또한 그녀다웠다. 과학에 대한 이론을 아는 자신은 그녀와 같은 정통 마술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카군은 일찌감치 노선을 바꿨지만 여전히 마리안의 술식은 견학할 가치가 있었다. 마리안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카군은 구형 TV를 다시 받아들고 소녀에게 물었다.
"마리안, 그녀는?"
"흐응,"
소녀는 어께를 으쓱였다. 허술하게 걸친 어께의 멜빵이 조금 더 흘러내렸다. 카군은 그것을 위로 끌어서 고쳐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손대지 않았다.
"학원도시 부근에 사찰이라도 가신 모양이야, 우리 보스는. 워낙 바쁘신 분이라 그런 데에 신경도 안 쓸 것 같았는데,"
"그리 사소한 일도 아니다. 학원도시 안에서 재료를 구하는 일이니까."
카군은 한번 쉰 다음 다시 말했다.
"네가 직접 관여할 일이기도 하고."
"허어, 오티누스가 내 신변을 신경쓴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창만 만들 수 있다면 나 자체는 어찌 되어도 좋을걸, 여차했을 때 나 자체를 개조하는 술식에 대해서는 이미 이야기를 끝낸 상태야. 내가 나서는 것 자체가 큰 일이 될 수는 없어."
"그녀에겐 그렇겠지."
소녀는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던 시선을 들었다.
"나에겐 사소하지 못하다는 말이었다."
카군과 눈이 마주친 마리안은 무언가에 관통당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홱 돌리고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그렇게 웃지 말란 말이야, 하고 중얼거렸다. 웃고 있었나. 카군은 자신의 새삼 확인하듯 자신의 입가에 손을 대었다가 자신의 얼굴 보다는 조금 붉어 보이는 그녀의 검은 목덜미가 만지기에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신 아까부터 신경쓰이던 멜빵을 잡아 올려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투명한 금빛 눈이 시야에 한가득 들어왔다."야! 채널 안바꾸냐!"
마리안과 카군의 시선을 한몸에 받게 된 상대는 다시한번 큰 소리로 말했다.
"카페 카메라 이제 돌리라고! 쇼핑몰을 보자는 말이다. 영웅 씨가 제 1 모니터링 대상 아니었어?"
"넌 초능력자 여자애나 들여다보고 있어! 이 망할 오토코ㄴ..."
"마리안."
나와서는 안 될 단어가 나올 것 같아 카군은 황급히 마리안의 입을 막았지만, 그렇다고 언쟁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재밍만 하는 게 뭐가 재밌다고 계속 보고 있겠냐, 물론 미코쨩은 귀엽지만. 총격 다 끝나갈 동안 업무시간에 로맨스나 찍고 있었다고 오티누스한테 보고하는 수가 있어?"
"너 입 한번 뻥끗하기만 해 봐라!"
"오, 생각외로 반응이 격하신데?"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마리안의 얼굴은 이제 완전히 빨갛게 되었고 거의 자리에서 일어날 기세였다. 그렘린에서 꽤 높은 위치에 있는 그녀가 화를 내면 보통 상대는 숙이고 들어가지만 이번에는 그리 만만치 않았다. 긴 머리와 호리호리한 체형 덕에 언뜻 봐서는 성별의 구분이 가지 않는 그는 이런 분위기를 오히려 즐기는 축이었다. 그것까지는 아무래도 좋지만 그가 말한 대로 지금은 업무시간이고 모니터링이 우선이었다. 카군은 중재에 들어갔다.
"둘 다 그만. 토르, 상황이 끝난 것 같다만."
"앗?!"
긴 머리카락이 크게 동선을 그리며 끌려갔다. 대통령의 등장으로 전투는 일단락 되었고, 대형 TV에는 전화를 걸고 있는 금발의 어린 마녀가 비치고 있었다. 토르는 혀를 차고는 일어섰다. 그의 허리에 매달린 장식들이 잘그락 거렸다.
"쳇, 생방 놓쳤잖아. 녹화나 잘 해놔. 나중에 볼 테니까. 뭐야, 묠니르. 내가 잘못했냐?"
토르는 자기 주위를 빙빙 돌고 있는 묠니르에게 몇 마디 말을 걸었다. 검은 드럼통 모양의 그것이 대답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